2003-04 아스날 인빈서블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유일한 무패 우승의 기록

프리미어리그 32년 역사에서 딱 한 번 일어난 일이 있다. 한 시즌 38경기를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고 리그 우승을 차지한 팀. 2003-04 시즌의 아스날이다. 이 시즌을 경험한 팀은 이후 지금까지 영원히 인빈서블스(The Invincibles), 무적들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맨시티의 100승점 시즌도, 맨유의 리그 3연패도 이 기록만큼은 건드리지 못했다. 2003년 8월부터 2004년 5월까지, 아스날이 걸어간 38경기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즌으로 남아있다.

이 시즌을 이해하려면 먼저 당시의 아스날이 어떤 팀이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감독은 아르센 벵거. 1996년 아스날에 부임한 이 프랑스인은 잉글랜드 축구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왔다. 영양 관리, 체계적인 트레이닝, 기술적인 축구. 과거의 롱볼 축구가 지배하던 잉글랜드에서 벵거의 접근은 충격에 가까웠다. 1997-98 시즌과 2001-02 시즌 두 번의 리그 우승을 이미 경험한 상태였지만, 무패 우승이라는 개념은 심지어 벵거 자신도 시즌 전에 공개적으로 언급했다가 영국 언론의 조롱을 받았다.

시즌 개막 첫 경기, 하이버리에서 에버턴을 2-1로 이겼다. 평범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이 팀의 경기를 본 사람들은 곧 알게 된다. 아스날의 축구는 단순히 이기는 축구가 아니었다. 티에리 앙리가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오른발로 때리는 슛, 데니스 베르캄프가 페널티 박스 앞에서 한 번의 터치로 만들어내는 공간, 파트리크 비에이라가 중원에서 상대 공격을 끊고 순식간에 역습으로 전환하는 장면. 이것들이 매주 반복됐다.

시즌 중반, 아스날은 리그 선두에 올랐고 그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12월 5일, 홈에서 블랙번 로버스와 0-0으로 비기며 시즌 첫 무승부를 기록했다. 12월 14일, 맨유 원정에서 0-0 무승부. 3월 28일, 맨유 홈경기에서 1-1 무승부. 이 세 번의 맨유전과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경기를 무패로 버텨낸 것이 훗날 무패 시즌을 완성하는 핵심이었다. 특히 2003년 9월 21일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0-0으로 비긴 경기는 벵거 감독이 맨유에서 처음으로 패배하지 않고 돌아온 경기였다. 루드 판 니스텔로이의 페널티킥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간 장면은 아직도 회자된다.

이 시즌 아스날의 구성은 놀라울 정도로 얇았다. 벵거는 거의 모든 경기에서 같은 11명을 투입했다. 레만 골키퍼. 라우런 콜로 투레 솔 캠벨 애슐리 콜의 백포. 지우베르투 시우바와 비에이라의 더블 볼란치. 피레스와 융베리의 양 날개. 그리고 전방에 앙리와 베르캄프. 벤치에는 레예스, 에두, 키이런 기븐, 제르미 알리아디에르 같은 이름들이 있었다. 아스날의 백업 뎁스는 빅클럽 치고는 빈약한 편이었지만, 주전들의 기량이 압도적이어서 그 약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티에리 앙리의 존재는 이 시즌을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요인이었다. 앙리는 리그에서 30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고, 동시에 어시스트 20개로 도움왕 경쟁에도 가담했다. 이런 스탯은 단순히 에이스라는 표현으로 부족했다. 앙리는 공격의 모든 단계에 관여했다. 수비진에서부터 볼을 받아 드리블로 치고 올라가고, 동료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찔러주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마무리하는 장면을 매주 만들어냈다. 그해 4월 1일 리버풀전에서 혼자 3골을 넣고 3-0 대역전승을 만들어낸 장면은 앙리의 진가를 상징하는 경기였다.

4월 25일, 아스날은 토트넘 원정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조기 우승을 확정지었다. 북런던 더비에서 라이벌 토트넘의 홈구장에서 우승을 자축한 장면은 아스날 팬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진짜 도전은 시즌 마지막 몇 경기였다. 이미 우승을 확정한 상태에서 무패 기록을 지켜내는 건 다른 문제였다. 부상자가 늘었고, 동기 부여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아스날은 남은 경기들을 모두 무패로 마쳤다. 5월 15일 마지막 경기, 하이버리에서 레스터 시티를 2-1로 이기며 시즌을 마감했다. 26승 12무 무패.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유일한 기록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 시즌 이후 아스날에 여러 변화가 있었다. 2006년 하이버리를 떠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으로 이사했고, 재정 제약 속에서 우승 경쟁에서 점점 멀어지는 시기가 이어졌다. 앙리는 2007년 바르셀로나로 떠났고, 베르캄프는 은퇴했다. 비에이라도 떠났다. 벵거는 2018년까지 감독직을 유지했지만, 그사이 리그 우승은 더 없었다. 이 시즌의 주요 선수들 대부분이 지금은 아스날의 전설로 기억된다.

20년이 지난 지금, 프리미어리그의 다른 많은 팀들이 강력한 시즌을 보냈지만 누구도 이 무패 기록을 깨지 못했다. 맨시티가 100승점을 찍은 2017-18 시즌에도 두 번의 패배가 있었다. 2018-19 리버풀은 한 번 패배했다. 무패 우승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리그 38경기 중 한 경기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스날의 이 시즌은 더욱 특별하게 기억된다. 축구는 이기는 경기도 중요하지만, 지지 않는 경기도 똑같이 어렵다. 38경기 동안 단 한 번도 지지 않는다는 건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예술이었다. 인빈서블스라는 별명은 그래서 과장이 아니다. 그해의 아스날은 정말로, 문자 그대로 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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