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 시대의 맨체스터 시티, 현대 축구의 새 기준을 만들다

2016년 여름, 맨체스터 시티는 한 명의 감독을 영입한다. 바르셀로나에서 트레블을 포함한 유럽 무대 지배 경험을 가진,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에서 분데스리가를 연속 우승시킨 인물. 펩 과르디올라였다. 이때까지 맨시티는 2011-12, 2013-14 시즌 두 차례 리그 우승을 경험한 ‘신흥 부자 클럽’ 정도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의 부임은 이 클럽을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지배적인 팀 중 하나로 탈바꿈시키는 출발점이 되었다.
첫 시즌의 뼈아픈 실패와 혁명의 예고
과르디올라의 첫 시즌(2016-17)은 사실 실패였다. 리그 3위, 무관. 시즌 초반 10경기 연속 무패 출발로 기대감을 부풀렸지만, 에티하드의 빌드업 축구는 잉글랜드의 거친 피지컬 앞에서 자주 흔들렸다. 특히 왼쪽 풀백 가엘 클리시와 파블로 사발레타의 에이징 커브, 그리고 하트 골키퍼의 숏패스 부적합성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과르디올라는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결단을 내린다. 풀백과 골키퍼를 통째로 바꿨다. 에데르송을 데려오고, 카일 워커와 벵자맹 망디를 영입했다. 이것이 혁명의 시작이었다.
100승점 시즌, 새로운 역사의 서막
2017-18 시즌,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초로 100승점을 돌파했다(정확히 100점). 32승 4무 2패, 득점 106골, 실점 27골. 그해 리그에서 맨시티를 이긴 팀은 단 두 팀, 리버풀(안필드 원정)과 맨유(홈 더비)뿐이었다. 이 시즌의 에티하드 축구는 잉글랜드 팬들에게 “영국 축구가 이렇게까지 테크니컬해질 수 있구나”를 각인시킨 시즌이었다. 특히 후반기 22연승 행진(이 중 18연승이 리그 경기)은 프리미어리그의 모든 연승 기록을 새로 썼다. 데 브라위네가 어시스트 16개로 리그 최다 도움왕에 올랐고, 다비드 실바와 라힘 스털링이 팀 공격을 주도했다.
그러나 진짜 놀라운 건 이듬해였다. 2018-19 시즌, 리버풀이 97승점(역대 2위 승점)을 기록했음에도 맨시티가 98승점으로 우승을 가져갔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이어진 단 1점 차의 승부는 EPL 역사상 가장 치열한 우승 경쟁 중 하나로 기록된다. 그리고 이 시즌, 맨시티는 리그뿐 아니라 FA컵, 리그컵까지 모두 차지하며 잉글랜드 클럽 최초의 국내 트레블을 달성했다.
2022-23 시즌, 마침내 유럽 정상
과르디올라 부임 7년 차, 2022-23 시즌은 맨시티의 숙원이었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실현된 해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엘링 홀란드를 영입한 결정이 모든 걸 바꿔놓았다. 노르웨이 출신의 이 공격수는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에 36골을 넣으며 한 시즌 리그 득점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존 맨시티의 포지셔널 플레이에 완벽한 9번 스트라이커가 결합되면서, 공격은 더욱 입체적이고 치명적이 되었다. 이 시즌 맨시티는 리그, FA컵, 그리고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차지하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맨유(1998-99) 이후 잉글랜드 클럽으로는 두 번째다.
과르디올라가 가져온 전술적 유산
과르디올라 시대 맨시티의 축구가 프리미어리그에 남긴 영향은 깊고 넓다. 빌드업 단계에서 골키퍼를 11번째 필드 플레이어로 활용하는 방식, 풀백이 중앙 미드필더처럼 움직이는 ‘인버티드 풀백’ 전술(카일 워커, 존 스톤스가 수행), 그리고 “반 공간(하프 스페이스)”이라 불리는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움직임 등. 지금은 많은 팀들이 이 개념을 응용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이걸 정착시킨 건 맨시티가 처음이었다.
또한 과르디올라는 ‘가짜 9번’ 역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라힘 스털링, 베르나르두 실바, 가끔은 케빈 데 브라위네까지 중앙 공격수 자리에 배치하며 상대 수비수의 맨마킹을 혼란시켰다. 이 접근은 홀란드 영입 이후 다시 전통적인 타겟형 9번 체제로 돌아갔지만, 그 사이에 축적된 유연성은 지금도 팀의 공격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기록의 시대, 그리고 도전받는 왕조
2021-22, 2022-23, 2023-24 시즌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이는 맨유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맨유는 1998-99 ~ 2000-01, 2006-07 ~ 2008-09 두 차례 3연속 우승). 하지만 맨시티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3-24 시즌까지 연속 우승을 이어가며 프리미어리그 최초의 4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썼다.
물론 맨시티의 이 시대는 다른 빅클럽들의 도전 속에 있다. 리버풀이 클롭 감독과 함께 가장 가까이 다가섰고, 최근에는 아스날이 미켈 아르테타 체제에서 치열하게 추격하고 있다. 과르디올라 본인이 2025년 이후 계약 연장 여부를 공개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맨시티의 이 시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프리미어리그가 2016년 이후 변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가 있었다.